우연히 정대건 작가의 '급류'라는 책을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구독서비스를 통해서 읽어보았다.
학창시절 충격적인 사건으로부터 아픔을 공유하는 소년소녀가 성장해서까지 둘의 인연을 끊지 못하는 이야기다.
1.줄거리
진평의 작은 마을에서 소방관 구조대인 아버지와 지병이 있는 어머니와 함께 살던 도담은 어느 날 서울에서 전학온 해솔과 사귀게 되고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도담과 해솔은 도담의 아버지와 해솔의 어머니의 불륜사실을 알게 된다. 큰 배신감을 느낀 도담은 해솔과 함께 두사람의 행각을 밝혀내겠다는 굳은 다짐을 한다.
도담과 해솔이 부모님들의 불륜을 밝히려고 한 그 날. 부모의 불륜을 밝히려다가 그만 급류에 휩쓸려 부모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주변의 손가락질과 조롱 그리고 도담의 어머니의 증오로 인해 두 사람은 헤어지게된다.
이후 도담은 냉소적인 쾌락에 빠져살고, 도담은 자신의 몸을 혹사하며 타인을 구조하며 살아간다.
많은 시간이 흐른뒤. 많이 바뀐 모습으로 만나게 된 도담과 해솔. 둘은 결국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다시금 급류와 같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2.밑줄들
동반 자살인 거야? 모르지. 발견됐을 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대. 그럼 그거 하다가 죽었다는 거야? 둘이 좋아서 했는지는 모를 일이지. 도담 아빠가 몹쓸 짓을 하려다 그런 거면 사건인 거고 둘이 눈이 맞아 그런 거면 사고인 거지. 확실하지 않은 말들이 돌았다. 마을의 모두가 수사관이 됐고 모두가 작가가 됐다. 오락거리가 없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흥미진진한 안줏거리였다. 죽은 자는 말이 없었다 - < 급류, 정대건 > 중에서
교회에 다니는 할머니는 밤마다 해솔의 손을 꼭 잡고 기도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해솔은 이유 같은 건 알 수 없었다.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할머니는 교회에 나가자고 했다. 하나님은 믿기만 하면 모든 것을 용서해 준다고, 믿기만 하면 죄가 사라진다고 했다. 그렇게 대단한 하나님이 조건부 용서라니. 정말이지 속 좁고 쪼잔한 거래 아닌가. 그렇게 쉽게 용서받을 리 없었다. 신이 용서한다고 해도, 해솔은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였다. - < 급류, 정대건 > 중에서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 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 떠오르는 것, 다슬기가 온몸을 뒤덮는 것이다. 더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신 도담은 냉소에 빠졌다 - < 급류, 정대건 > 중에서
“너 때문이 아니야. 나는 출동을 나가서 매일 사고 현장을 목격해. 부주의 때문에 일어나는 사고도 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일들도 많이 일어나. 자다가 말벌에 쏘여 영영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처참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는 살아남고, 아무 잘못 없는 가족이 사망하는 부조리한 일들이 벌어져. 그런 현장을 수두룩하게 겪다 보면 세상에는 정말 신도 없고 인과응보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이 느껴져.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무도 바라지 않은 일이었다는 걸, 뜻밖의 사고였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야.” - < 급류, 정대건 > 중에서
반드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살겠다는 의지로, 널 다시 만나겠다는 의지로 그렇게 화염이 가득한 바닥을 필사적으로 기었어. 그때 생각했어. 누군가 죽기 전에 떠오르는 사람을 향해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랑이란 말을 발명한 것 같다고. 그 사람에게 한 단어로 할 수 있는 말을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만든 것 같다고. 그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언제나 현재형이어야 한다는 걸. - < 급류, 정대건 > 중에서
3.느낀점
우연히 보게된 정대건 작가의 '급류'는 속도감 있는 진행과 초반의 반전으로 인해서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끊을 수 없는 사랑이란 정말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이라는 책도 떠오르기도 했다. '구의 증명'이 좀 더 현실적인 삶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면
'급류'는 상처를 공유하는 아픔속에서 이어지는 사랑을 담은 책인 것 같았다.
책을 읽자니 청춘의 아픔과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좋은 책이다.